[인천MRO, 규모의 경제 타이밍] 전문가 “코로나가 새 기회…경쟁력 확보 최우선 과제”
국내 MRO산업 中·日 샌드위치
항공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60%운항정비 등 경쟁국들 이미선점
미확립 분야 기술력 원천 확보를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가 2019년부터 개조∙생산해온 보잉 트리플세븐(777) 300ERSF 항공기 모습. /출처=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정비(MRO)는 항공기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을 비롯해 개조, 부품 조달 등에 이르기까지 항공기 안전 운항과 성능 향상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통칭하는 말이다. 크게 운항(line), 기체중정비, 엔진중정비, 부품중정비 4가지 분야로 나누는데,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MRO 산업 종사자들은 6911명에 불과하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MRO 분야에 민간은 물론 공공 정책도 소극적이었던 까닭이다.
이전까지 정부는 군수 분야에 집중해 MRO 기반을 닦았고 민간에선 국내 산업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항공기에 한정해 MRO 기술력을 일부 확보했고 저가항공(LCC) 대부분은 해외정비에 의존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이같은 업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항공기 생산 구매를 줄이는 대신 점검·보수 또는 개조를 통해 기체 운용을 효율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아시아나와의 합병으로 대한항공은 MRO 사업화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다. 여객 운송이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아시아태평양의 항공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인천MRO가 해외로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타이밍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 사이, 국내 MRO 산업의 현실
국내 항공사의 정비비용 해외 의존도는 지난 2009년 3960억원에서 2019년 1조258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비율로는 10년 전 50.9%에서 45.5%까지 줄었으나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MRO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국내 MRO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기술력을 확보한 대한항공은 엔진을 비롯해 기체중정비까지 모두 자체 정비하나, 아시아나조차 정비의 핵심인 엔진중정비를 외주에 맡기고 있다. LCC는 일반 계획정비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해외 외주를 주고 있는데, 항공안전기술원은 LCC 해외 기체정비 한 회당 2억85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MRO 산업 자체가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수행된 '항공정비산업 조기육성 및 일자리 창출' 보고서를 보면 MRO 고임금 구조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2016년 기준 주요 국가별 MRO 임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독일(77달러)과 미국(65달러)은 물론 중국(50달러), 싱가포르(52달러) 보다 높은 100달러 단가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청에서 분석한 국내 항공우주 MRO분야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기술력으론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가격 경쟁력으로는 중국 등 신흥강자에 밀린 '샌드위치'와 같은 꼴이다.
▲인천MRO, '규모의 경제' 타이밍이 온다
사실상 민간 MRO 산업에 뛰어들기엔 한국은 '골든타임'을 놓친 지 한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MRO에 새 기회가 찾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유창경 인천 항공우주산학융합원장은 “코로나19로 여객서비스 중심의 국내 항공업계가 개편되면서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민간 MRO를 키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천은 허브공항 입지를 바탕으로 해외기업들을 유치해 아시아태평양의 늘어나는 MRO 수요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RO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지난해 한국항공경영학회 학술대회에선 '복합재 정비'로 대표되는 탄소섬유 등 항공우주 신소재 투자가 강조됐다. 이현철 한국항공대 교수 등은 '한국의 MRO산업 육성정책 연구'를 통해 “경쟁자들이 이미 선점한 운항정비, 중정비는 국내 기술 수준으론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복합재 정비와 같이 잠재력이 풍부하고 수리방식과 인증 등이 미확립된 분야에서 기술경쟁력 원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소재 분야는 장기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파브(PAV)·드론 산업과도 관련성이 높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굳어진 항공기 제작·정비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대신 항공우주에서도 새로운 미래먹거리 분야를 준비함으로써 MRO 시장 자체를 넓히자는 구상이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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